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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기다리는 중 — 0
왜 만들었나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며칠 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어요. 다들 즐거워 보였어요. 한 친구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한 문장도 귀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엉뚱한 데서 고개만 끄덕였어요.
대화하는 동안 제가 막막했던 건, 친구들이 잘나가서가 아니었어요. 그 친구들도 저처럼 떨어져 본 적이 있는데, 그래도 계속 지원하고 있었어요. 걔들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고, 저는 멈춰 있었어요.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제가 얼마나 오래 멈춰 있었는지가 선명하게 느껴졌어요.
물론 잠시 멈춰 있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패하고 지쳤다면 멈춰서 회복하는 시간도 필요하니까요.
다만 회복이 완벽하게 끝나는 날을 기다리다 보면, 그날이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정도 다시 도전할 힘이 생겼다면, 도전하면서 회복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그렇게 다시 움직이는 과정이 회복을 앞당길 때도 있었고요.
물론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어떤 사람에게는 더 쉬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고요.
아무튼, 저는 다시 움직여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이걸 만들었어요.
실패를 다르게 세어보기
실패가 나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패는 적어도 해봤다는 증거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이상하게도 성공한 것만 세고, 실패한 건 지워버리려고 해요. 그래서 저는 그 증거들이 눈에 보이게 쌓였으면 했어요.
여기 있는 기록 하나하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이 아니라, 뭔가를 해본 날이에요. 지원서를 넣은 날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건 날도, 무서워서 미뤄두었던 발표 메일을 결국 열어본 날도요.
결과가 좋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일단 해봤다면, 여기에는 한 칸이 생겨요.
쓰는 법
1. 마음을 내서 해본 걸 기록해요
대단한 도전일 필요는 없어요. 지원서에 지원한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본 것도, 미뤄두었던 전화를 건 것도 들어가요. 내가 조금이라도 용기를 내서 해본 일이라면 충분해요.
2. 두 가지를 매겨요
용기 — 하기 전에 얼마나 무서웠는지.
타격 — 하고 나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이 막상 해보니 꽤 힘들 수도 있고, 엄청 무서울 것 같았던 일이 생각보다 괜찮을 수도 있어요. 그 차이도 기록해두려고 해요.
3. 결과가 나중에 오면 열어둬요
지원 결과처럼 나중에 알게 되는 일이 있어요. 못 열어본 발표 메일을 며칠 뒤 결국 열어보는 것도 하나의 도전이에요.
일부러 넣지 않은 것
- 성공률. 어디에도 없어요.
- 연속 기록, 불꽃 표시. 기록이 끊겼다고 알려주지 않아요.
- 랭킹과 다른 사람의 숫자. 누가 더 많이 했는지도 보여주지 않아요.
- 안 한 날은 실패한 날이 아니에요.
기록은 어디에 있나요?
전부 이 브라우저 안에만 있어요. 계정도, 서버도 없어요. 여기에 적은 기록은 어디에도 전송되지 않아요.
대신 브라우저의 기록을 지우면 여기에 저장된 기록도 함께 사라져요. 필요하다면 화면 맨 아래 백업에서 파일로 받아두세요.
Fail Freely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다시 해보기 위한 기록.
오늘 뭔가 하나 해봤다면 그걸로 충분해요.